끈적한 공동체들이 있죠. 직장, 가족, 선후배 같은 공동체들. 이런 공동체는 너무 끈적하게 들러붙어서 우리를 숨 막힐 정도로 덥게 만들지요. 조각난 공동체들이 있죠. 동호회, 익명의 대화방 같은 공동체들. 이런 공동체는 너무 파편화되어서 우리를 공허하고 허무할 정도로 싸늘하게 만들죠. 사람들과 너무 가까이 붙어서 끈적해지면 덥고, 사람들과 조각나 너무 떨어지면 싸늘합니다. 이것이 우리 시대 공동체의 딜레마입니다.
우리는 왜 이런 딜레마에 빠진 것일까요? 인간은 근본적으로 상처받기 쉬운vulnerable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왜 끈적한 관계 속에서 숨막혀할까요? 우리는 상처받기 쉽기에 상처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줄,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줄 사람을 쉽게 찾으려 하기 때문이죠. 우리는 왜 조각난 관계 속에서 외로워할까요? 상처받기 쉬운 우리는 끈적한 공동체에서 다시 상처받기 때문이죠. 이것이 우리가 머무는 곳은 언제나 너무 덥거나 너무 싸늘한 이유일 겁니다.
인간은 상처받기 쉬운 존재이죠. 너무 더운 곳에서도, 너무 추운 곳에서도 살 수 없습니다. 우리는 따뜻함을 원하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적당한 온기가 있는 관계입니다. 따뜻함은 어디에 있을까요? 상처받기 쉬움 너머에 있습니다. 상처받기 쉬움 너머에 씩씩함이 있습니다. 저마다의 상처에 직면하고 스스로 잘 치유해서 조금 더 씩씩해질 때, 우리는 따뜻해질 수 있습니다.
철학흥신소는 상처받기 쉬움 너머 씩씩함을 만들어가는 공동체입니다. 저마다의 상처받기 쉬움을 넘어 저마다의 따뜻함을 찾아가는 곳입니다. 철학흥신소는 끈적거리지도 조각나지도 않는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